[양건모의 이슈진단] 통계로 본 서반아감기(스페인 독감)와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비교

100년 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나타난 스페인 독감 상황

양건모 | 입력 : 2021/06/28 [08:18]
▲ 역대 바이러스 감염병 확진자 및 사망자 통계  © 양건모▲ 역대 바이러스 감염병 확진자 및 사망자 통계  © 양건모


전 세계가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백 년 만에 팬데믹을 겪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19가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통계를 밟을 것인지 여러 학자가 연구하고 있다. 여기서는 100년 전 매일신보에 보도된 스페인 독감의 언론 보도 내용을 인용해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스페인 독감에 대한 연구자인 저명한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J. 바로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스페인 독감은 1918년부터 1920년까지 3,900만 명의 사망자(당시 세계인구의 2.0%)를 낳았다. 스페인 독감은 1차로 1918년 봄에 발생하고, 2차로 1918년 9월부터 1919년 1월까지 가장 치명적인 대유행이 발생했으며, 3번째는 1919년 가을부터 발생하였는데, 이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A형 아형(H1N1)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에서는 서반아감기라고 불린 스페인 독감은 1918년에 발생했고, 당시 전 세계 인구는 총 19억 명으로 추산되는데, 최초 발병지는 서사모아로 알려져 있으며 프랑스, 캔자스, 중국 등이 최초 발병지라는 설도 있다.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 스페인은 인구 2,200만 명 중 30만 명이 사망(0.136%)하여 특별하지는 않은데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리는 것은 당시 스페인의 언론 상황이 자유로워 스페인어로 독감 보도가 많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 통계를 보면 인도가 인구 3.9억 명 중 1,670만 명으로 최대의 사망자를 기록했고, 중국은 인구 약 5억 7천만 중 810만 명(전 인구대비 1.43%) 사망하였으며, 미국은 1억 500만 명의 인구 중 55만 명(0.52%)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식민지였던 조선의 경우, 1918년 조선총독부 통계연감에 의하면 당시 국내 759만 인구의 약 38%인 288만4000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이 중 14만 명이 사망(전체 인구 중 1.84%,하버드대 바로 교수는 1.38%로 추정 사망) 했다는 기록이 있다. 100명 중 1.8명꼴로 죽은 셈이다. 

 

조선통독부 기록에 의하면 “9월에 이미 서울에 환자가 나타났고 10월에 전국적인 유행이 절정에 달해 공사립학교와 사숙은 휴학, 각 관청과 단체에서는 사무를 보지 못했다. 11월 들어서는 개성군의 경우 다른 때의 7배의 사망률을 보였고, 충남 서산지역은 8만 명의 인구 중 6만4000명이 질병에 걸렸으며 매일 100명 이상 150명씩 사망하여 사망자를 처리할 사람이 없었다. 일반 농가에서는 사람이 없어 추수를 못 한 논이 절반 이상이다.”(총독부 연감) 

매일신보(每日申報, 每日新報)는 일제 강점기 동안 발행된 조선총독부의 기관지로 약칭 매신으로도 불렸다. 매일신보는 전국의 행정 기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아 작성하므로 어느 신문보다 스페인 독감에 대한 각종 통계나 사실관계가 잘 나타나 있는 신문이다. 매일신보로 본 당시 스페인 독감의 참상을 살펴보면 참혹하기만 하다.

 

다음은 충남 서산의 참상을 기록한 기사이다. 

 

▲ 매일신보 1918.11.28. 서산의 참화 - 유행성 감기로 사망자가 극히 많고 지금껏 추수도 못 해  © 국립중앙도서관 신문 아카이브▲ 매일신보 1918.11.28. 서산의 참화 - 유행성 감기로 사망자가 극히 많고 지금껏 추수도 못 해  © 국립중앙도서관 신문 아카이브

매일신보 2018년 11월 28일자 기사에서는 “충청남도 서산 지방의 유행성 감기는 오히려 맹렬하여 자꾸 창궐 되는바 일반 환자의 정확한 숫자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총인구 팔만 여명  중에서 육만 사오천 명의 환자가 있다고 하며 가장 근심이 되는 것은, 사망자가 다수에 달하여 이번 달 14, 15일에는 매일 백 명 이상 백오십 명씩 계산되며 심한 데는 한마을이 모두 병에 걸렸기 때문에 죽은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 사람이 없는 참혹한 광경이라는 데 (중략) 이로 인해 일반 농가에서는 추수를 못 하여 모든 논에는 절반 이상이 수확하지 못했다고 한다(서산면보)"라며 당시의 스페인 독감 상황이 엄중했는가 알 수 있다.

 

▲ 매일신보 1918.12.3. 충남 서산 일개 군만 8만명 환자 발생  © 국립중앙도서관 신문 아카이브▲ 매일신보 1918.12.3. 충남 서산 일개 군만 8만명 환자 발생  © 국립중앙도서관 신문 아카이브

이 기사가 나가고 일주일 지난 12월 3일자 기사에서는  “서산 1군에만 8만 명의 독감 환자가 있고, 예산·홍성서도 야단이다. 각 면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감기로 사망한 사람이 감기가 처음 발생한 때로부터 2,000명이나 되고 온 집안 식구가 병에 걸려 죽은 사람을 앞에 놓고 사망신고는 고사하고 파묻을 사람도 없는 형편이다.”며 장례 조차 지낼 수 없는 비참한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각지역 상황으로 "평안도 각 군에 심하지 않은 곳이 없다. 평안북도 관내에도 유행성 감기가 만연하여 요즈음에는 병자가 모두 19,613명 중 71명이 사망하였는데 이를 지방별로 나눠보면 ▲의주 헌병대 관내에 환자 350명 중 사망자가 일명이 ▲신의주 경찰서 관내에 환자 6천 5백 명 중 사망자가 오십명이요." (매일신보 2018.11.9.일 자) 라고 평안도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매일신보 1918년 11월 9일자 에서는 “감기가 의주, 신의주, 용암포, 철산, 정주, 박천, 희천, 진남포, 성천군, 중화군, 강동군, 개천군, 통강군, 강서군 등 평안도 각 군에 전염되어 많은 사망자를 냈다. 포병공장에서도 7,000명이 결근하였고, 철도원에서도 7,500명이 결근하여 운송에 차질이 생겼다. 공주에서도 1만1,800명이 감기에 감염됐고, 목포의 경우는 총인구 4,531명 중 580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원산에서는 1만 명이 걸렸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 매일신보 1920.10.14. '서반아감기가 또다시 발생되는 듯'  © 국립중앙도서관 신문아카이브▲ 매일신보 1920.10.14. '서반아감기가 또다시 발생되는 듯'  © 국립중앙도서관 신문아카이브

 

매일신보 1919.10.14일자 에서는 "작년 재작년은 내지(일본)와 조선에서 독감 감기인 스페인 감기가 유행하여 매우 지독하였다. 홍역도 무섭지만 스페인감기도 사람을 무척 죽여서 생각만 하여도 전율이 생각날 정도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금년도 상해에서 악성 감기가 발생할 조짐이 있다고 전해지므로 올겨울도 참으로 무섭기 한량 없다. 이 악성 감기는 요즘 같은 추워지는 때에 급습할지 모른다. 경성 시내 중환 병원의 부원장은 "감기가 대유행한 후 일이 년은 반드시 대유행이 반복되므로 금년도에도 대유행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한번 없어진 감기는 가을 겨울에 다시 발생하는 원인을 알 수 없으나 감기가 어떤 곳에선가 잠복하여 있다가 추워지는 가을 겨울이 돌아오면 다시 나타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1944.1.22자 기사를 보면 '처칠이 혼바람 난 서반아 감기' 제하의 기사를 보면 20년대에 서반아 감기가 스페인 감기라고 명칭을 바꿔  자세한 증상을 설명하고 있다.

 

"감기라는 것은 언제나 걸리지만, 특히 동절기에 걸리기 쉬운 것이다. 기침이 나고 콧물이 나는 것은 보통 감기지만 증세가 보통이 아닌 것으로 유행성감기(인플루엔자)라는 학술적 병명을 가진다. (중략) 특히 스페인 감기의 증상은 처음에는 잠복기가 하루 내지 3일 있다가 본격적으로 발병하는데, 여기에는 정형적 인플루엔자, 전격적 인플루엔자, 중증 인플루엔자, 폐장형, 위장형, 신경형 6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열이 39도에서 40도로 오르고 정신이 노곤하고, 쑤시고 두통이 나는데, 인플루엔자형은 눈 근처가 몹시 쑤시고 팔다리가 아프며 주로 호흡기를 통해 침범해서 콧물이 나고, 콧병, 목병, 기관지염 같은 것을 일으키고 입가가 부풀러 올라 열은 일정하지 않지만, 하루에도 수 차례 오르내리고 또 어떤 때는 한번 열이 내렸다가 이삼일 후에 발열하기도 한다. 폐장형은 호흡기 증상이 심해서 기관지염이 도져 모세기관지염, 폐렴 같은 것을 일으킬 수 있다. 만약에 노인이 걸리면 호흡기 곤란을 일으키고 심장쇠약을 일으키기 쉽다. 위장형은 메스껍고 토하고 피똥을 누게 되고 복통이 있고 만약 황달에 걸린 사람이 이병에 걸리면 경과가 좋지 않다. 그 외에도 여러 형이 섞인 혼합형을 이뤄져서 여러 가지 형이 뒤섞여 올 수가 있는데, 이병의 합병증으로 결막염, 중이염, 폐농증, 축농증, 급성신염 외에 여러 가지 병이 발병하는 데 이점을 주의해야 한다.

 

스페인 감기의 증상이 나타나면 가정에서 우선 해열제를 쓰고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고 입에는 마스크를 해서 집안 식구에게 전염이 되지 않게 주의 시켜야 한다. 이러한 악성 감기에 걸린 줄 모르고 잘 조리하지 않기 때문에 의외로 큰 병에 걸릴 수 있으므로 초기에 서둘러 잘 대처해야 한다. "

▲ 매일신보 1944.1.22. 처칠이 혼바람 난 서반아 감기  © 국립중앙도서관 신문아카이브▲ 매일신보 1944.1.22. 처칠이 혼바람 난 서반아 감기  © 국립중앙도서관 신문아카이브


백년전 스페인 독감으로 14만 명의 목숨을 잃은 우리나라가 100년 만에 겪는 팬데믹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대응하고 있다. 기사를 보면, 독감에 걸리면 우선 해열제를 쓰라고 권고하고 있고, 입에는 마스크를 해서 집안 식구에게 전염이 되지 않게 주의 시켜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는 점에서, 감염병에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이전부터 전승되어 온 조상의 지혜임을 알 수 있다. 반면, 최근 코로나 19 확산 과정에서 미국 등 서구에서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이 범죄자를 상징하는 것처럼 인식되어 온 문화적 차이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을 꺼렸고, 이로 인해 코로나 19의 확산이 급속도로 커진 점도 있다.

 

코로나 19가 알파 변이, 베타변이 등 여러 변종이 발생하고 특히 인도와 유럽을 중심으로 전염력이 훨씬 높아진 델타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재유행하고 있다. 백 년 전의 스페인 독감과 같은 대유행의 재발을 막으려면 보다 철저한 대비와 함께 백신, 치료약 보급에 대한 정부의 집중지원이 필요하다.

2021.6.28.

양건모

(이화여대 약대졸업/서울대 보건학 석사/이화여대 행정학박사)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코로나 19, 스페인 독감, 팬데믹, 양건모, 바이러스 관련기사목록
정의연대, 한동훈과 딸 알렉스한 3자뇌물, 국회위증, 업무방해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 / 열린시민뉴스
정의연대, 한덕수 총리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에 신고 / 열린시민뉴스
가락1,2지역주택조합 부정한 설립인가 취소 고시..3000억대의 조합원 피해 줄소송 예상 / 열린시민뉴스
조국신당 정식 당명 '조국혁신당'으로 결정..비례대표 지지율 16.2%로 압도적 3위 / 열린시민뉴스
선데이저널 충격 공개- 안해욱 쥴리 추가진술서 전문 2탄…"섹스 에이스 파트너 쥴리의 답은 삼부토건 조남욱이 쥐고 있다" / 열린시민뉴스
[가짜체포영장 연재④]정의연대,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 5명 가짜 체포영장 발부 및 직권남용으로 공수처 고발 / 열린시민뉴스
정의연대, 한동훈 "이재명 일베 발언" 공직선거법 허위사실 유포 및 후보자 비방 위반으로 고발 / 열린시민뉴스
[심층취재]국민의힘 노원갑 공천 돈봉투 사건 연재①서울시장 오세훈 비서실장 현경병 당협위원장의 공천헌금 사건 개요 / 탐사보도팀
시민단체, 노원구 국회의원과 구청장 3자뇌물과 수뢰후 부정처사 등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 / 열린시민뉴스
[심층취재]파산위기 가락지역주택조합 감사원 공익감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열린시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