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모의 이슈진단] 지방자치단체의 부정‧부패 원인에 대해

양건모 | 입력 : 2021/07/28 [22:13]

부정부패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가 몰락하는 척도로 삼을 만큼 국가의 중대사이다. 조선왕조가 국권을 잃고 식민지로 전락한 것은 극심한 중앙과 지방 관료들의 부정부패 때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각종 부정부패지수는 삼정이 문란하여 국권을 잃은 조선말에 비견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중앙정부는 언론과 여야의 견제가 있으나 지방 정부는 지역주의와 소선거구제 등 여러 요인으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상호 견제되지 않고, 지방 검찰-법원-경찰-선출직공무원 카르텔이 뿌리를 내려 토착비리가 만연하다. 필자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기위한 행안부 OGP(열린정부파트너쉽)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지방자치단체의 부정부패 원인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한국은 일제 식민지를 거쳤지만 급속한 경제발전을 통해 가난한 나라에서 탈피하였다. 1996OECD에 가입하였고, 현재 GDP가 세계 12위 국가로 급속하게 성장하였다. 경제발전의 정도와 달리, 2019년 국제투명성기구(TI)의 대한민국의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59점으로 180국 나라 중에서 39위를 차지하였다. OECD36개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OECD에서 하위 그룹에 속한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의 하나는 지방자치단체 부정부패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중앙 정부와는 달리 주민들이 직간접적으로 부딪히는 횟수가 많고, 다양한 지역 사업을 보면서 평가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부정부패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부정부패를 줄이고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부정부패 원인을 사회문화적 요인 행정정치적 요인 제도적 요인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 한국의 부정부패 요인 분석▲ 한국의 부정부패 요인 분석

지방자치단체 부정부패의 사회, 문화적 요인으로, 첫째, 한국 정치의 투명성을 막고 있는 한국의 사회, 문화적 특징으로 연고주의를 들 수 있다. 한국인은 우리가 남이냐라는 말을 자주 한다. 태어난 지역이 같다거나, 고등학교 동창 또는 대학교 선후배라거나, 성씨가 같다는 등 친밀한 관계가 있을 때는 그 연고를 이유로 그 사람을 지지하고 도와주는 경향이 있다. 정치 선거에도 이러한 연고주의 집단주의 문화가 확산되어 있는데,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자신과 같은 지역, 또는 같은 학교 출신이면 본인의 정치신념이 진보이든 보수이든 간에 상관없이 그 후보를 지지하고 선거를 도와준다. 이는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연고주의 문화에 기인하는 것도 있지만, 이것은 미래 있을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여 보험을 들어두는 성격의 지닐 수도 있다.

한국은 1995년에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처음 실시하였는데, 국회의원들은 자신과 같은 대학을 졸업하거나 같은 고향 출신 사람들이 지방자치 단체장, 시의원, 구의원 선거에 당선할 수 있도록 공천권에 영향력을 미친다. 이러한 행태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낭비나 비리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과 효율성을 약화하고, 부정부패를 뿌리 깊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둘째, 선거에 당선된 경우, 당선된 후에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일자리 제공, 공공사업에 참여 등 다양한 형태로 답례를 하는 경우가 있다.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서 선거 이후 6개월 이후에 보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보답은 지방자치단체의 일자리를 주거나, 건축공사 수주, 물품 공급업자 선정과정에서 특혜를 주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많은 교육이나 상담 등의 공공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등이 있다.

셋째, 대통령, 고위직 공직자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에 따라 기업이나 공무원들이 편승하는 경향이 있다. 선거에 출마해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밝히기도 하지만, 시민들은 이전 경력을 통해 지도자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어느 정도 안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당선되자마자 기업이나 공무원들은 이번 정부에선 부정한 뒷돈을 받기 힘들겠네라고 말들을 했는데, 실제 그들의 말대로 부정부패 척결 의도에 따라 A 대통령 시절에는 공직자 부정부패가 줄어들었고, B 대통령일 때는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증가하였다. 대통령, 고위직 공직자를 선출하기 전에 면밀한 도덕성 검증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부정부패의 행정정치적 요인을 살펴보면, 첫째, 공공 조직의 상명하복 문화를 들 수 있다. 상사가 지시하면 부하는 일사불란하게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일을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다. 이는 관료주의가 지닌 특성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잘못된 명령도 거부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특히 한국은 식민지와 한국 전쟁그리고 30년의 군사정권이 집권하는 동안 군대 문화가 스며들다 보니, 절대적인 상명하복 체제가 행정정치에 스며들었다. 중앙 정부의 경우 많이 개선되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단체장뿐만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곳이 존재하고,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지시를 따르다가 결국은 부정부패를 함께 도모하는 관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방자치의 단체장이나 고위직급의 상급자에게 잘 보이고 그들을 돕는 것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승진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 유혹을 떨치기는 쉽지 않다.

둘째, 내부고발자, 공익 제보자들에 대한 보상이 취약하다. 는 것을 들 수 있다. 상급자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은 인사 승진을 비롯해 이런저런 혜택이 있지만, 부정부패에 대한 동참을 거부하고 문제를 제기하면 이런 혜택에서 배제될 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한 일을 알았다 해도, 이것을 내부고발하면 동료나 조직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거나 심지어 증거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징계나 해고를 당할 수도 있어, 내부고발 행위를 하는 것은 쉬운 행위가 아니다. 행정이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 “붙어라도 있으려면, 부정부패를 보면 눈을 감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내부고발로 인한 피해보다도 보상이 크다고 인식을 할 수 있어야 내부고발자 제도가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데, 현재는 내부고발자나 공익 제보자들에 대한 보상 정도가 취약하다.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 지역공무원, 지역의 정치인이 함께 부정부패의 고리로 연결된 경우가 많다 보니, 사람들이 이들의 부정부패를 알게 돼도 개인적 피해가 크기 때문에 이를 고발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특정 정당이 지역 의회 구성의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부정부패 구조를 개선하기 힘들다. 한국의 경우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구의원 선거는 한 지역구에서 한 명만 선출하는 소선거구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지역에서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크고 소선거구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보니, 국회의원, 단체장, 시의원, 구의원이 대부분 같은 정당일 가능성이 크다. N 지역구는 구의원 21명 중에 같은 정당의 구의원이 13(61.9%)으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 지역의 상황이 비슷하다. 관련 법이나 조례는 통상적으로 재적 의원 과반수 이상이면 법 제정이 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한 정당의 의원이 과반수가 되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사용, 감시 등을 견제나 통제 없이 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지방자치 단체장도 의원 수가 많은 정당에서 선출되기 때문에, 단체장이 무엇을 한다고 했을 때 같은 정당의 구의원들이 반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의원이나 구의원이 국회의원과 지방자치 단체장의 활동은 반대한다는 것은 차기 공천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정치 생명의 끝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과 의회와 굳건한 동맹체계를 형성하면서 행정, 입법이 독립은 빈껍데기에 불과하게 된다.

제도적 차원으로 첫째, 미흡한 정보공개제도와 무책임성을 들 수 있다. 한국의 정보 공개법에 의하면, 모든 시민은 정부 업무와 관련하여 정보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요청한 자료를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부정부패의 소지가 있는 정보 자료를 요청하면 그 자료가 없어졌다”, “줄 수 없는 자료이다”, “시간이 지났다.”라는 등의 이유로 자료 제공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있다.

부정부패와 관련하여 지역 주민들이 청와대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하며 문제 해결을 요청하면, 청와대나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사안을 하급 기관에 이관하고, 이관받은 기관은 이 사건을 또 하급 기관으로 이관하고 결국 이 문제는 결국 원래 문제가 있었던 기관으로 되돌아온다. 부정부패는 해결되지 않고, 중앙과 지방을 왔다 갔다 반복하며 시간을 끌다가, 기각이나 각하 처리되는 일도 있다.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것은 개인적 피해를 감수하며 하는 일인데, 실제로 부정부패 사건을 이렇게 처리하다 보니, 사람들은 부정부패의 문제가 본인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경우가 아니면, 보고도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둘째, 지자체를 견제할 기구가 취약하다.

중앙 정부는 국회의 국정감사, 청문회, 백지 신탁제도, 감사원 감사 등의 감시제도가 있어서 지방자치단체보다는 부정부패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이러한 견제 장치가 미흡하고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구의회나 시의회가 있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같은 정당의 의원들이 반수를 넘기 때문에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정당의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면 집중적으로 그 의원을 공격하기도 한다.

국회의원은 지방자치단체에 견제 기구가 취약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공천권에 영향을 주어 지방자치의 단체장, 시의원, 구의원 등을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사람으로 배치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이권에 개입하게 된다. 국회의원들에게 지방자치 단체는 돈을 벌게 해주는 노다지이고, 추진한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세금으로 메꾸면 되기 때문에 절대 실패하지 않는 기업과 같은 존재이며, 지역의 단체장들에게는 중앙의 국회의원으로 올라가기 전에 선거비용과 인맥을 만드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한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부정부패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할 수 있지만, 이 기관은 조사권조차 없는 취약한 조직이다. 연간 수만 건 이상 권익 침해 사건을 접수하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경우, 이를 처리할 인력도 적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접수된 사건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청하기는 하지만 직접 조사권이 없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접수된 의견에 대한 진정인이나 고발인에게 내용에 대한 의견을 듣고는, 대부분 다시 담당 지역 경찰서나 관계기관이 다시 이 고발 내용을 이관한다.

지역 담당 경찰서는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역의 단체장보다 지위가 낮아서, 상급자의 부정부패를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역 경찰은 상명하복의 문화가 일반 공무원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지역 경찰서에서 단체장이나 의원들의 부정부패를 조사하고 부정부패를 줄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한 일이다.

다음 글에서는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청렴성 제고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양건모(정의연대 상임이사, 제1기 행안부 OGP 위원)

 

양건모(이화여대 약학대학졸업/서울대 보건학 석사/이화여대 행정학 박사)양건모(이화여대 약학대학졸업/서울대 보건학 석사/이화여대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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